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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증후군

클라인-레빈 증후군(KLS)의 원인

1. KLS의 개요와 임상 특징

클라인-레빈 증후군(Kleine–Levin Syndrome, KLS)은 매우 드문 신경학적 수면 질환으로, 주기적 과다수면을 핵심 특징으로 한다. 발병 시 환자는 하루 15~20시간 이상 수면하며, 깨어 있는 동안에도 무기력, 집중력 저하, 방향 감각 상실을 보인다. 증상 발현은 며칠에서 몇 주간 지속되며 이후 정상 상태로 회복되는 재발-관해(recurrent-remission) 패턴을 반복한다. 일부 환자에서는 발병기에 과식(hyperphagia)이나 성욕 증가(hypersexuality) 등의 행동 변화가 나타난다. 주로 청소년기에 시작되며, 남성 발병 비율이 여성보다 높다.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사례가 수백 건에 불과해 원인 규명이 어렵지만, 최근 신경영상·면역학·유전학 연구를 통해 병리 기전에 대한 단서들이 밝혀지고 있다.

클라인-레빈 증후군(KLS)의 원인

2. 시상하부·뇌간 기능 이상 가설

KLS의 주된 증상은 시상하부(hypothalamus)와 뇌간(brainstem)의 기능 이상과 깊이 연관된다. 시상하부는 수면-각성 주기, 식욕, 성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중추이며, 뇌간은 각성 유지에 필수적이다. 기능적 MRI에서는 발병기에 시상하부, 시상(thalamus), 전두엽의 뇌혈류와 대사량이 감소한 소견이 관찰된다. PET 스캔 연구에서는 시상-시상하부 회로의 저대사가 보고되었으며, 이는 심한 졸음과 동기 저하를 설명할 수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발병 전에 뇌염, 두부 외상, 바이러스 감염 병력이 있어, 이러한 사건이 뇌의 미세 구조 손상을 유발해 KLS 발병을 촉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가설은 중추신경계 손상 후 이차적 수면 조절 회로 이상이라는 관점을 뒷받침한다.

 

3. 자가면역·염증 반응 가설

여러 사례에서 발병 전 감염성 질환(예: 상기도 감염, 독감)이 선행된 보고가 있어, 자가면역 반응이 발병 원인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면역계가 바이러스·세균 감염 후 뇌 특정 부위를 공격해 염증을 유발하고, 수면-각성 조절 회로를 손상시키는 방식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발병기에 뇌척수액 내 염증성 사이토카인 농도가 증가했으며, HLA-DQB1*02와 같은 특정 HLA 유전자형이 발병 위험과 연관된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시상하부의 오렉신(orexin/hypocretin) 신경계 이상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오렉신 결핍은 기면증을 유발하며, KLS에서도 유사한 경로 이상이 일부 관찰된다. 이러한 면역학적·분자생물학적 발견은 자가면역성 뇌기능 저하를 원인으로 하는 가설을 강화한다.

 

4. 유전적 소인과 향후 연구 방향

가족 내 동시 발병과 일란성 쌍둥이 사례는 유전적 소인 가능성을 시사한다. 발병을 직접 유발하는 단일 유전자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수면 조절, 신경전달물질 대사, 면역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후보로 거론된다. 일부 연구에서는 도파민 수용체(DRD2, DRD3)와 세로토닌 수송체(SLC6A4) 변이가 KLS 환자 일부에서 발견되었다. 향후 대규모 유전체 연관 분석(GWAS)과 전장유전체 시퀀싱(WGS)을 통해 병리 경로가 더 명확히 밝혀질 전망이다. 또한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발병 주기·기간·동반 증상 패턴과 뇌 기능 변화를 함께 분석하면, 조기 진단 및 발병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종적으로는 시상하부-시상-전두엽 회로의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 면역 조절 치료·신경재활 전략이 KLS 치료의 핵심이 될 것이다.

 

[표] KLS 원인 가설별 비교 요약

가설 주요 원인 요소 근거 한계
시상하부·뇌간 기능 이상 뇌손상, 대사 저하 MRI·PET에서 회로 저대사, 발병 전 외상·감염 구조 변화와 발병 주기 관계 불명확
자가면역·염증 반응 바이러스·세균 감염 후 면역 이상 발병 전 감염 병력, 뇌척수액 염증성 사이토카인 증가, HLA 연관성 염증 반응이 일시적이며 모든 환자에서 나타나지 않음
유전적 소인 수면·신경전달물질 관련 유전자 변이 가족·쌍둥이 사례, DRD2·SLC6A4 변이 보고 소수 사례, 발병 기전과의 직접적 인과관계 미확립